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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단식투쟁, 전략적 실패 3가지

기사입력 2019.11.2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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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죽기를 각오하고 있습니다”라고 페이스북에 결의를 다지면서 단식을 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가 파탄났습니다. 자유민주주의가 무참히 짓밟히고 있습니다. 정부와 범여권이 밀어붙이는 폭거에 항거하기 위해 제가 여러분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단식이라는 현실이 서글픕니다. 하지만 냉엄한 현실입니다.”라며 “누군가는 저의 단식을 폄훼하고 저의 생각을 채찍질하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저는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제 소명을 다할 뿐입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면서 지소미아 종료, 공수처법과 선거법이 통과되면 한미동맹과 자유민주주의가 어떻게 되냐고 반문하면서 사생결단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

     

     

    혹자는 황교안 대표의 단식에 대해서 폄하하는 발언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구세대적인 유행도 다시 돌아올 수 있듯이, 정치인의 단식도 잘 하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이 “잘 한다는 것”이 예전 스타일 그대로 다시 하는 것을 의미함은 아니다. 구시대적인 유행이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그걸 그대로 다시 유통시키면 과거 회상의 추억 외에 다른 감흥을 줄 수 없다. 그래서 80년대 복고풍이 2000년대 다시 유행했을 때를 예로 들어보면 과거의 옷 스타일의 디자인은 살리면서도 그 표현방식을 달리한다던가, 재질을 바꿔서 기본을 바꾼다던가 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그 기본 아우트라인은 살리면서도 다양한 부분에서 시대에 맞는 차이점을 두어 과거의 장점과 현재의 감성을 잡는 게 포인트다.

     

     

    하지만 황교안 대표는 3가지와 같은 이유로 단식의 리뉴얼에 실패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첫째, 추운 초겨울이긴 하나 텐트를 치고 따뜻한 온열기구를 곁에 두고 하는 방식은 사람들로 하여금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정말 목숨을 담보로 한 결의를 표현하고 싶었다면 추위나 다른 것을 고려하지 않고 청와대 앞마당에서 아무것도 없이 바닥에서 단 삼일만 제대로 버텨도 누구나 그 의도와 표현의 진중함을 단번에 느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일은 누구나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보조를 받으면서 하는 단식은 상식적인 차원에서 볼 때 누구나 불가능한 일은 아니므로 결국 기간으로 승부를 봐야 하면서도 이미 이전 정치인들의 형식적 단식에 의해 둔감해진 국민들의 감동의 역치를 넘기 어렵다는 점에서 첫 수의 실착으로 보인다.

     

     

    둘째,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는 주장을 단식의 명분으로 내세우지 못하였다. 황교안 대표의 주장은 그 내용과 의도에서 존중받을 부분이 충분히 있으나 타켓을 지소미아, 공수처법, 선거법 3가지로 분산시킴으로써 그 주장의 힘을 분산시키고 있다. 그 이유로는 각 사안별로 국민의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기 어려운 내용들이 있는데 이러한 주장을 3개나 함으로써 그걸 보는 국민들 다수의 지지를 얻기 어렵게 하였다.

     

     

    특히 지소미아의 경우 파기가 꼭 한국에 불리한 것도 아니다. 미중 패권전쟁이 본격적으로 실제 군사적 행동으로 옮겨져 미국이 중국을 공격할 때, 그에 대한 중국의 보복을 미국의 동맹인 한국을 최전방 교두보로 하여 뒤에서 일본을 통해서 지원하도록 하여 1차 2차 방어를 하고 미국에 대한 본토에 대한 공격은 그 두 국가를 뛰어넘어야 가능해지도록 하는 구조를 가능케 할 지소미아를 파기시킨다는 점은 한국에 있어서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또한 일본에 대한 반일감정이 강력한 한국에서 일본이 바라는 지소미아 유지를 편드는 황교안 대표의 주장은 이에 대한 찬반의견이 갈린 상태에서 단식을 통한 여론의 결집을 방해하게 된다.

     

     

    셋째, 흐름을 이어가는 화룡점정의 표현력이 부족하다. 사람이란 대화에 있어서도 갑자기 어떤 내용을 말하면 두서없이 말이 들어오기 때문에 이게 뭐지 하면서 감정에 공감하기 어렵게 된다.

     

     

    과거 YS의 단식은 그 이전에 민주주의가 압사하는 그야말로 숨 막히는 상황이 있었고, 이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강력한 투쟁을 하다가 가택연금 상태에까지 놓인 YS가 정말로 목숨을 걸고 최후의 수단으로 물과 소금만 먹으면서 버티다가 서울대 병원으로 강제 입원을 해서도 단식을 지속해 그 상징적인 폭발성이 강력하게 나타났던 것이다.

     

     

    그러나 황교안 대표는 이러한 기반을 쌓지 않고 급작스럽게 단식을 통해 주장하는 감이 없잖아 있기 때문에 많은 공감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전략적 실패에도 불구하고 단식자체에 대해서는 정말로 물과 소금만 먹으면서 목숨을 걸고 한다면 국민에게 그 진정성이 뒤늦게나마 전해질 수 있다. 단순 우직하지만 마음의 진정성을 다하는 모습은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마련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반대적 논리에 대해서 이를 합리적으로 반박하는 문구와 함께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 여론의 지지를 높이고 단식의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

     

     

    전략적 실패를 극복하고 과연 황교안 대표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과연 이 위기를 극복하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보수의 위기를 헤처나갈 수 있을까? 단식의 정치적 성공여부를 떠나 황교안 대표에게는 추운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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